야쿠시마 屋久島에서의 둘째날 새벽, 7200년을 살아오며 인간의 역사를 지켜본, 조몬스기 縄文杉를 만나러 떠났다.

2015-05-02 06.04.00_DSC8241001124

조몬스기를 만나러 가는 루트는 보통 3가지다.

대다수 사람들이 선택하는 아라카와 荒川 코스는 왕복 22km로 약 10시간, 원령공주의 숲으로 알려진 시라타니운스이쿄 白谷雲水峡 코스는 25km로 12시간이 소요된다. 우리 일행이 선택한 요도가와 淀川 코스도 전체 25km지만 대부분이 등산로인 루트다. 요도가와 산장을 지나 미야노우라야마 宮之浦山의 여러 계곡과 능선을 거쳐 최정상까지 올라갔다가 조몬스기를 거쳐 아라카와로 나오는 코스로, 가장 긴 시간이 소요된다.

새벽잠을 설치고 도시락도 먹는 둥 마는 둥 요도가와등산로 입구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벌써 6시를 지나고 있었다. 아침 햇살이 내리는 등산로를 따라 길을 서둘렀다.

2015-05-02 06.11.05_DSC8248001183

2015-05-02 06.19.42_DSC8283001184

태고의 숲이라는 표현은 익숙하지만, 그런 숲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을 것 같은 숲 속으로 계속 걸어들어갔다.

2015-05-02 06.27.00_DSC8295001128

2015-05-02 06.45.45_DSC8353001130

신령한 숲이라는 표현도 있다. 숲은 온전히 그런 신비감으로 가득차있었다. 어디선가 숲의 정령이 나타나도 이상할 것 같지 않았다.

2015-05-02 08.20.24_DSC8507001134

야쿠시마는 일본 전역의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다. 급격히 높아지는 고도에 따라 서로 다른 생태계를 보여주는데, 맨 아래의 고사리군을 위시해 그 위의 삼나무숲, 그 위에는 너른 평원으로 고사목들이 나타나고, 가장 높은 곳에는 조리대 평원이 펼쳐진다.

2015-05-02 08.41.35_DSC8545001136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 공중에 띄워놓은 데크가 인상적이었다. 발을 헛디디면 무릎까지 빠질 정도로 높다.

2015-05-02 09.13.37_DSC8567001137

2015-05-02 09.20.19_DSC8591001138

드디어 나게시다이라 投石平에 도착했다. 늑대 모로가 뛰어다니던 곳이다. 이름 그대로 바위를 던져놓은 것 같은 평원이었다. 너른 바위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고 땀을 식혔다. 탁 트인 풍경이 가슴 깊이 들어오는 것 같았다.

2015-05-02 10.06.25_DSC8652001142

다시 길을 재촉해 걷다 조리대를 씹는 사슴을 만났다. 사람을 전혀 피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야쿠시마에는 주민 수만큼 사슴과 원숭이들이 살아간다더니, 사슴도 원숭이도 스스로 섬의 주인이라 생각하는 건가 싶었다.

2015-05-02 10.33.16_DSC8702001145

능선을 따라 올라가는 길이 나왔다. 거대한 바위와 조리대의 풍경이 끝없이 펼쳐졌다. 정상에 오르면 바다도 볼 수 있다는 얘기에 발길을 재촉했다.

2015-05-02 12.49.58_DSC8775001149

2015-05-02 11.33.43_DSC8739001148

정상이 가까워졌다. 평평한 데크를 밟으며, 구름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2015-05-02 12.56.31_DSC8778001150

우리 산에서 흔히 만나는 풍경을 일본에서 발견했다. 신기해서 보고 있는데,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무심히 지나쳐갔다. 우리처럼 일반적인 것은 아닌가보다 싶었다.

2015-05-02 11.36.50IMG_5599001151

미야노우라야마 정상에 도착했다. 해발 600m에서 시작했으니 제법 올라왔다. 아쉽게도 구름 속이라 먼 바다는 보이지 않았다. 시간도 예정보다 지체되고 있었다. 급히 도시락을 먹고 조몬스기가 있는 곳을 향해 서둘러 출발했다.

2015-05-02 12.54.13_DSC8777001159

능선 몇 개를 넘고 뛰다시피 서둘러 삼나무숲으로 들어섰다. 이쪽은 관광객이 많이 다니는 코스다보니 데크가 좀 더 넓직해서 달리기 좋았다.

2015-05-02 15.53.09_DSC8938001172

2015-05-02 13.07.29_DSC8780001188

2015-05-02 14.24.27_DSC8838001162

문득 마주친, 자연의 투쟁.

2015-05-02 14.38.20_DSC8846001164

야쿠시마에서는 삼나무가 1,000살이 넘어야 야쿠스기 屋久杉라 부른다. 그보다 젊은 삼나무는 쳐주지 않는달까. 조몬스기를 만나러 가는 길에는 야쿠스기라 불러야 할, 수 천살은 되었을 삼나무들이 숲을 지키고 있었다.

2015-05-02 14.47.45_DSC8860001165

한참을 달려, 마침내 조몬스기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텅 빈 데크에서 어쩐지 다리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2015-05-02 15.36.37_DSC8901001167

7200년이라는, 인간의 역사만큼 오랜 시간을 살아온 조몬스기는 무엇을 목도하고 무엇을 생각해왔을까, 숲에 찾아온 인간들에게 어떤 얘기를 들려줬을까, 그 오랜 시간을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경외감에 휩싸여 수 없는 질문을 했다.

시간은 이미 늦은 오후, 정상적으로 내려간다해도 아라카와 입구에 도착하면 밤 9시였다. 이대로는 조난당할 위험도 있었다. 무작정 머물며 더 많은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인사를 했다. 저 가보겠습니다. 또 뵐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건강하세요.

2015-05-02 15.46.37_DSC8920001169

길을 재촉했다. 전기도, 네트워크도, GPS 조차 잡히지 않는 산속에 고립되고 싶지는 않았다.

2015-05-02 15.51.35_DSC8933001171

2015-05-02 17.11.16_DSC8975001175

그렇다고 윌슨그루터기를 지나칠 수는 없었다. 3000년을 살아왔고, 밑둥까지 잘린 뒤에도 300년을 살아온 그루터기다. 그 생명력에 경의를 표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2015-05-02 17.06.49_DSC8967001174

하늘을 잠시 바라보다, 새순이 돋아나는 것을 발견했다. 앞으로도 끄덕 없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아라카와로 이어지는 궤도에 도착했다.

2015-05-02 17.47.08_DSC9000001177

이 궤도는 야쿠시마의 삼나무들을 베어서 운반하던 것이다. 야만의 흔적은 오래전의 기억으로만 남아, 조몬스기를 만나러 오는 사람들을 인도하고 있었다.

2015-05-02 18.38.07_DSC9036001179

불빛 하나 없는 궤도를 따라 휴대폰 불빛에 의존하며, 종착지인 아라카와 입구에 도착했다.

2015-05-02 20.19.01IMG_5613001180

긴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