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을 멈추고 잠깐 뒤를 돌아본다.
숨가쁘게 달려오던 삶이 깜짝 놀란 얼굴을 하고
무슨 일이냐고 내게 묻는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
다시 돌아선다.

내 앞에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삶이 놓여 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지만
모든 순간은 영원으로 이어진다.
가끔 삶이 무료하게 여겨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황경신, 괜찮아, 그곳에선 시간도 길을 잃어

연남동, 서울.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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