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슬란드 Iceland에서 돌아오는 길, 폴란드 Poland 바르샤바 Warsaw를 경유했다. 8시간 텀이라 그냥 공항에 있기는 아까워 찾아보니 양국이 쉥겐조약 가입국이라 입국 절차가 거의 없다시피했다. 잠깐 돌아다녀볼까, 그렇게 반나절 마실을 갔다.

아이슬란드에 정신을 쏟다보니, 정작 폴란드는 아무 준비 없이 도착했다. 환전부터 난관이었다. 도무지 ATM이 안보여서 데스크에 물어보니 어, 공항 리모델링 중이라 ATM 없어 란다. 아, 그래? 그것 참 말 되네? 박수를 쳐주고 현금 한푼 없이 택시를 타러 갔다. 와중에 맥다널즈의 맥카페 프로포즈 광고를 발견했다. 아, 그래…

다행히 우버와 볼트를 앱으로 부를 수 있고 (폴란드에서는 콜택시로 영업 중이다), 트래블월렛은 무사히 작동했다. 요금도 생각보다 저렴했는데, 30분을 타니 13,000원 쯤 나왔다. 차에서 과자 먹지 말라고 윽박지르는 것 말고는 별다른 문제도 없었다.

구시가 스타레 미야스토 Stare Miasto에 도착했다. 프라하와 비교해도 1/4 정도 크기의 아담한 구시가다. 바르샤바 왕궁 amek Królewski w Warszawie이 광장 한켠을 채우고 있는데, 동유럽에서 흔히 보이는 붉은 벽돌이지만 조금 옅은 색이다. 쿠폴 모양의 지붕은 소련의 영향인가 궁금해졌다.

구시가 전체를 모형으로 만들어뒀는데, 지도보다 직관적으로 보인다. 괜찮은 방식이다.

이른 아침인데도 충분히 짙은 하늘색이 눈에 들어왔다. 맑은 날씨 덕분에 도시의 디테일이 잘 드러나보였다.

중심부로 이어지는 길에는 건축가 얀 자화토비치 Jan Zachwatowicz의 동상이 서있다. 2차대전 중 폭격으로 무너진 이 도시를 재건한 사람이란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보러 올 수 있었어요.

높은 담장 위의 나무 한 그루. 이런 위트를 좋아하는 편이다.

체코 쪽에 비하면 전체적으로 덜 호사스러운 편인 것 같다. 그나마 울긋불긋하지 않으니 미관을 크게 해치지 않고.

참새인듯 참새 아닌 참새 같은 새를 발견했는데 사람을 피하지 않는다. 역시 동유럽이군.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진 골목을 찾아냈다. 빛이 좋기는 좋구나.

낙서가 있는 골목도.

잘 꾸며진 창이 있는 골목도.


맞은 편 창 안의 소품들. 소박하면서 그야말로 ‘예쁜’ 손수건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작은 광장 한가운데, 바르샤바 인어상 Warsaw Mermaid Statue을 찾아냈다. 칼과 방패를 보니 수호자 쯤 되려나, 꽤 많은 사람들이 찾는데 비해서는 좀 작지 않나 싶었다. 광장의 규모와는 잘 어울렸지만.

구시가는 아무래도 야장이어야 하겠다. 하루 쯤 머물 수 있다면,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 폴란드 아재들과 수다를 떨 수 있을 것이다. 인어상이 왜 저렇게 작냐, 대체 폴란드 라거는 왜 이렇게 싱겁냐 놀릴 수도 있겠고, 그러다가 취하면 다같이 인어상을 위해 건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옆자리 할머니에게 강아지 간식을 줘도 될까요, 그런데 간식은 어디서 살 수 있나요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구시가 광장에 고작 한시간도 머물 수 없다니 서운함이 밀려왔다.

뒷골목을 따라 걸어내려가다보니, 체스키 크룸로프 Český Krumlov의 골목이 생각났다. 부데요비체 Budějovice문으로 향하던 골목이 이랬었다.

벽돌 위에 시멘트를 발랐는데 떨어져나간 자리의 독특한 미적 감각.

아이슬란드의 표지판에는 전세게 여행자들의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폴란드에서는 철문이 그 역할을 하나 들여다보니 광고물들이었다. 실망스럽군.

잠을 못자 멍한 머리로 걷다가 만난 풍경이다. 저 성당은 뭘까 찾아본다는게 까먹었다. 인어상의 유래를 찾아본다는 것도 까먹었고.

덩그러니 종이 있는 곳은 17세기에는 교회 묘지터였단다. 만지작거리다가 들여다보니 종 이름이 Wishing Bell이다. 낯선 온기가 느껴진게 그런 이유였었나.

점심을 먹으러 가기 전 성 요한 대성당 Bazylika Archikatedralna w Warszawie p.w. Męczeństwa św. Jana Chrzciciela에 들렀다.

14세기에 세워진 후 2차대전 중 폭격으로 무너진 걸 재건했단다. 유명세에 비해 외관도, 내부도 참 소박한게 맘에 들었다. 그동안 가봤던 성당들 중 가장 소박할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조각은 1944년 소련에 저항한 혁명 전사들과 유제프 프란차크 Józef Franczak의 모습이다. 이런 역사를 기록해둬야한다니, 잔혹한 일이다. 가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아우슈비츠 Konzentrationslager Auschwitz가 생각났다.

예수회 교회에도 들렀다. 문 위의 조각은 이고르 미토라이 ˈiɡɔr miˈtɔraj의 작품이다. 성모 마리아의 뒤틀린 모습은 폴란드인의 고통을 상징한다고.

유리문 밖에서 잠시 미사를 지켜봤다.



드디어, 폴란드식 점심을 먹으러 갔다. 만두처럼 보이길래, 한국에는 이렇게 생긴 ‘만두’라는 음식이 있다 알려주니 일하는 분이 이것도 ‘만두’란다. 아하. 만두소와 조리 형태를 고르니 찌고 튀겨서 갖다 주셨다. 버섯 만두에서는 송로 향이 났다.




소화도 시킬 겸 도심쪽 광장을 잠시 걸었다. 유튜브에서나 보던 K팝 댄스 커버 공연을 만났는데, 대여섯 팀이 저마다 다른 곡으로 춤을 추고 있었다. 요즘 말로 이왜진. 물개박수를 쳐줬다.

고작 4시간 남짓, 이 도시를 기억하기에는 짧을 시간을 뒤로 하고 공항으로 향했다.
덧. 폴란드 항공 LOT Polish Airline은 바르샤바 스톱오버를 7일까지 무상으로 제공한단다. 폴란드를 거쳐갈 기회가 있다면 몇 일이고 머물 수 있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