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달레이의 마지막 밤은 대단했다. 숙소에 돌아와 맥주를 따고 글을 끄적이는데, 어디선가 드릴 소리가 났다. 공사라도 하나? 이 밤에? 복도에 나가보니 맞은편 방의 투숙객들이 방문을 열고 뭔가를 가공하고 있었다. 은유적 표현이 아니다. 진짜로 가공하고 있었다. 이게 뭔 황당한 상황인가 싶어서 프론트에 연락했다. 와서 좀 말려봐라. 프론트가 다녀가고 잠시 조용한가 싶더니 이번에는 운동회를 하는 듯한 환호성이 들려왔다. 다시 복도에 나가보니 저쪽 복도 끝의 투숙객들과 이쪽 복도 끝의 투숙객들이 (그 사이에는 10여 개의 방이 있다) 서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하아… 다시 프론트에 전화했다.  또 프론트가 다녀가고 좀 잠잠한가 했더니 이번에는 운동회 소리와 드릴 소리가 함께 나기 시작했다. 다시 나가보니 저쪽 복도로 대동단결한 투숙객들이 방문을 열어놓고 뭔가를 가공하면서 버너로 뭔가를 끓이고 있었다. 담배연기는 덤이었다. 헐. 이쯤 되면 프론트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았다. 조용히 프론트로 내려가서 나 방 바꿔줘. 쟤들 미친 것 같아. 웃으며 얘기했다. 프론트의 청년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지만 두말 않고 층을 바꿔줬다. 짐을 모조리 싸서 두 층 아래로 옮긴 다음에야 잠들 수 있었다. 하아…

잠을 설친 덕에 늦잠을 잤다. 세수도 못하고 식당으로 내려갔다. 다행히 어제의 투숙객들은 보이지 않았다. 잘 정돈된 식당에는 미얀마식 요리들이 놓여있었다. 오늘은 미얀마식으로만 먹어보자 싶어 볶음국수에 삶은채소, 수프를 담아 자리에 앉았는데, 와, 볶음국수가 정말 맛있었다. 그러고보니, 미얀마에 와서 처음 먹는 볶음국수였다. 이 맛있는걸 왜 여태 안먹었나 후회가 될 지경이었다.

TV에서는 뭔가 스펙터클한 영화가 나오고 있었다. 계급간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 군사 쿠데타와 군부 독재, 만달레이와 바간의 유적을 조망하고 미얀마 전통문화와 소수민족을 다루다가 인연과 환생을 얘기하고 인과응보를 암시하며 권선징악하는 와중에 모바일과 AI까지 아우르는 어마무시한 영화였다. 아아, 이동네에서 도깨비 방영하면 대박나겠군. 아아, 저렇게 갑자기 고대 인도로 가서 흰두 신화를 다루는군. 아아, 이동네에서는 안경은 쓰지말고 수염을 길러야 멋쟁인가보군. 그러다 문득 호기심에 찾아보니, 그럼 그렇지, 미얀마 영화가 아니라 인도 영화였다. 어쩐지, 아무리 민주화됐다고 해도 군부독재를 다루는 영화라니, 이상하다 했어, 혼자 끄덕이며 보고 있으니 호텔 직원들이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볶음국수 최고야, 엄지손가락을 보여주고 프론트로 내려갔다.

데이투어를 하고 싶어요. 도와주세요. 어제밤의 청년은 피곤에 쩐 표정으로 맥없이 팸플릿을 내밀었다. 택시투어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청년, 제대로 된 힌글리시를 구사했다. 플러스, 내 발음을 거의 못알아들었다. Passport와 Possible이 발음이 비슷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어제밤에는 흥분 상태라 몰랐는데, 와, 어떻게 서로 의사소통했나 싶을 정도였다. 결국 필답으로 택시투어를 부탁했다. 잠시 기다리니 기사님이 오셨는데, 다행히 대화가 가능했다. (운전자와 필답을 하지는 않아도 됐다.) 만달레이의 유적들을 돌아보고 버스터미널에 가고 싶어요. 기사님과 악수를 나누고 열두시에 만나기로 했다.

방에서 뒹굴다 졸다 시간이 되어 프론트로 내려갔다. 고마운 청년에게 팁을 넉넉히 주고 택시에 짐을 실었다. 청년은 여전히 피곤에 쩐 얼굴이지만 환한 표정으로 호텔 밖까지 나와 손을 흔들었다. 조금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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