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보여드리지 못했다

미얀마에 다녀온 이틀 뒤, 선배들과 술자리가 있었다.

멀리 다녀왔으니 한 잔 해야지, 어디 보자, 살이 많이 빠졌네, 좀 더 먹어야겠네, 미얀마는 어땠어? 정말 좋았습니다, 다들 꼭 가보셔야 합니다. 행복했던 기억들, 잊기 어려운 장면들을 얘기하며 잔뜩 들떴나보다. 술을 제법 마시고 돌아와 꽤나 늦게 잠이 들었다.

새벽녘, 막내고모의 전화를 받았다. 어쩌면, 전화 벨소리를 듣고 예감했는지도 모른다. 수화기 너머로 막내고모의 다급한 목소리를 들었을 때, 놀라기보다는, 무너져가는 마음 한자락을 수습하려 애썼었던 것 같다.

일생을 자식들에게 헌신하신, 평생 손자를 너무도 사랑하신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미얀마에 다녀온지 겨우 3일 후였다. 할머니께 드리려고 모셔온 부처상은 결국 보여드리지 못한채 영정 앞에 놓였다.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상을 치르고 이러저러한 일들을 처리하다보니 어느새 겨울이 성큼 다가와있었다.

어느 출근길, 무심코 틀어둔 팟캐스트에서, 김영하씨가 심보선 시인의 시를 읽어줬다. 성대 뒷길을 따라 감사원으로 접어들던 때였나보다.

“가끔 슬픔 없이 15초 정도가 지난다”

슬픔이 사라진게 아니라, 그저 잠시 쉬어가는 것일 뿐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서 박혔다. 차를 길가에 세우고 감정을 추스리려 애썼었던 것 같다. 반복해서 듣고 다시 들었던 것 같다. 한참을 그러고 나서야 차를 몰 수 있었다.

어떤 인연으로 이어질 지 몰랐던 간절한 순간들을 지나, 미얀마는 영원히 기억될 시간으로 남게 되었다.

2018년 가을을 기억하며, 이 글을 할머니께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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