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호항은 한때 잘나가던 항구다. “거리의 개들도 만 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고 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고, 밤새 불빛이 꺼지지 않는 시절이 있었다. 1980년대 이후 사람들이 떠나고, 불빛도 하나둘 꺼지며 옛 시절 이야기와 희망 없는 미래만 남았던 이곳에 요즘 사람들이 모여든다. 묵호항이 내려다보이는 묵호등대마을에 2010년 논골담길이 만들어지면서 입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논골담길 여기저기 벽화가 있지만, 이곳이 벽화 마을은 아니다. 벽화는 묵호항에 기대어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구현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공공 미술 공동체 ‘마주보기’ 회원들과 마을 사람들은 2010년 잊혀가는 묵호를 재발견하자는 취지로 마음속 이야기를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한쪽에서는 전을 부쳐 먹으며 즐기고, 한쪽에서는 마을 어르신들에게 그림 그리는 방법을 가르쳤다. 논골담길 프로젝트는 이곳에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마을 사람들이 직접 그렸다는 데 의의가 있다.

대한민국 구석구석

묵호동, 동해.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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