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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하루

몇년 전부터 전국으로 출장을 다니는데, 붓싼 출장은 처음이다. 부산을 출장지로 가려니 어쩐지 설레는 마음이 되었다. 영진돼지국밥을 좋아하지만, 출장길과 동선이 맞지 않는다. 부산에 내려 혹시나 싶어 본전을 가보니, 왠일로 줄선 사람이 별로 없다. 고작 30분 만에 자리에 앉았으니, 이쯤 되면 기적이다. 본전의 수백은 처음인데, 별도 접시로 나오고, 국에는 고기가 없는게 특이하다. 토렴도 하지 않은걸 보니, 완벽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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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보여드리지 못했다

미얀마에 다녀온 이틀 뒤, 선배들과 술자리가 있었다. 멀리 다녀왔으니 한 잔 해야지, 어디 보자, 살이 많이 빠졌네, 좀 더 먹어야겠네, 미얀마는 어땠어? 정말 좋았습니다, 다들 꼭 가보셔야 합니다. 행복했던 기억들, 잊기 어려운 장면들을 얘기하며 잔뜩 들떴나보다. 술을 제법 마시고 돌아와 꽤나 늦게 잠이 들었다. 새벽녘, 막내고모의 전화를 받았다. 어쩌면, 전화 벨소리를 듣고 예감했는지도 모른다. 수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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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

8년 전, 네팔 카트만두의 북한 음식점 – 옥류관에 갔었다. 실제 북한 사람을 보는 것도 처음이었고, 북한 음식은 생소한 터라 긴장도 했는데, 작은 무대도 있고 시간대별로 공연도 하는 그런 곳이었다. 동행한 분들이 이것저것 주문해서 맛을 보게 되었는데, 평양냉면이라고 가져다 준 걸 보니 모양은 비슷한데 어딘가 좀 낯설었다. 접대원 동무가 먹기 좋게 해준다며 냉면을 손질해주는데, 면을 젓가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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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ect!

영원한 항구 포르투 Porto, 그곳의 식당에서 메뉴를 고르면 꼭 되돌아오는 말이 있었다. Perfect! 그리고는 그 메뉴에 걸맞는 사이드나 음료를 권하는데, 가령 팬케익을 시키면 올리브 줄까? 생선요리를 주문하면 화이트 와인이 필요하겠네? 맥주를 달라고 하면 칩스? 라는 식이었다.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칭찬을 받는 느낌, 동의를 얻은 느낌, 도움을 받는 느낌이 더해지면서 결과적으로 웨이터가 친구나 가족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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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와 죽음

네팔 Nepal 카트만두 Kathmandu 계곡에서의 어느 오후, 퍼슈퍼티나트 Pashupatinath 사원에 들렀다. 퍼슈퍼티나트에는 네팔에서 가장 큰 화장터가 있다. 사람이 죽으면 힌두 풍습에 따라 1시간 내로 화장터로 옮겨진다. 단 위에 장작을 쌓고 시신을 올린 뒤, 기름과 꽃을 뿌리는 짧은 의식을 뒤로 한 채 순식간에 재로 돌아간다. 바라나시 Varanasi와의 차이점은 출입이 비교적 자유롭고 사진 촬영이 허가된다는 점이다. 가까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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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의 아침

네팔 Nepal 포카라 Pokhara 인근의 사랑콧 Sarangkot은 일출로 알려졌다. 하늘에 떠 있는 안나푸르나 Annapurna 와 마차푸차레 Machapuchare 사이로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다보니 트래킹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차로도 접근이 가능해 많은 방문객이 찾는다. 포카라에서의 둘째날, 카트만두 Kathmandu부터 동행한 일행과 새벽 사랑콧에 올랐다. 캄캄한 밤을 달려 언덕 위에 도착했을 때, 멀리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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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라는 상처

일상은 지루하다. 그래서, 이벤트 없는 일상을 일일이 기억하기란 쉽지 않다. 영화 패터슨 PATERSON을 보고난 후 장면들이 하나하나 떠오르지 않는 것도, 어느 순간 이게 영화 속 어느 날이었는지 지난달 나의 하루였는지 헷갈리기 시작하는 것도, 그게 주인공이 벤치에 앉아서 바라보던 풍경이었는지 어제 내가 본 차창 밖 풍경이었는지 알 수 없어져버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영화는 일주일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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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두 번째 교토 京都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던 길이다. 아침 일찍 택시를 탔는데, 우리 일행의 얘기를 들으시던 노기사님이 반갑게 말을 건네오셨다. 교포 2세고 창녕이 고향인데, 일본에서만 지내다보니 한국말을 거의 잊게 되었다면서 띄엄띄엄 한국말과 일본어를 섞어서 말씀하신다. 덥지 않냐고 물으시길래 괜찮아요. 말씀드리니, 괜찮아요, 괜찮아요 되뇌며 일본어에는 그런 표현이 없다고 하신다. 한국말을 들으면 이해는 되는데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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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지 않는 날들

미야자키 하야오 宮﨑 駿라는 이름을 들으면, 누구나 한 편 쯤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떠올릴 것이다. 그것이 이웃의 토토로일 수도, 모노노케 히메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일 수도 있을텐데, 단순히 좋아하는 걸 떠나서 그 작품을 언제 봤는지, 거기 얽힌 사연은 무엇인지, 왜 그 작품을 좋아하는지, 몇 번이나 봤는지 등등 이야기를 한 보따리 쯤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내게는 붉은돼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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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umn Leaves

11월 어느 날, 미국의 한 무명가수가 삶을 마쳤다. 그는 워싱턴의 소규모 클럽에서 파트타임으로 노래하는, 그것도 주로 남의 노래를 부르는 그저 그런 가수였다. 11살부터 지역 밴드 활동을 시작했고, 고교시절과 대학을 거치며 커리어를 이어갔지만 대부분 동네 술집이나 결혼식장, 파티에서 푼돈을 받고 노래 부르는 일이 전부였다. 서른살이 되어서야 첫 앨범(The Other Side, 1992)을 발매하며 워싱턴 지역 음악협회의 재즈보컬상(Wamm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