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 여행을 계획하며 한라산은 예정에 없었다. 막상 서귀포에 와보니 한라산에 눈이 쌓인거다. 그것도 파아란 하늘 배경으로. 반나절 쯤 고민하다 결심했다. 갈까 말까 고민할 때는 가야한다. 대개 다시 기회가 없다.

입산 신청을 하고(백록담에 닿는 성판악, 관음사 코스는 미리 신청하고 신분증을 지참해야 들어갈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없을까, 페이스 조절은 괜찮을까 고민하다 잠들었다. 그리고 입산 당일. 전날 구입한 아이젠을 챙기고 구 터미널에서 첫차를 타고 성판악으로 출발했다.

성판악에서 백록담까지는 편도 9.7km, 왕복으로는 거의 20km에 달하는 거리다. 소요시간은 9시간, 사실 단단히 준비해야 하는 코스다. 결과적으로는 김밥 두 줄과 빵 한 조각, 물 한 병만 들고 갔다가 굶어죽을 뻔 했다. 그러고보니 여름에 왔을 때도 굶어죽을 뻔 했었다. 인간은 학습이라는게 안된다.

걷기도 힘들만큼 극악인 발 상태로 다녀온 기록이다. 그래서, 사진이 많지 않다.

성판악 입구에서 아침 7시에는 출발해야 한다. 백록담 진입 전 마지막 기점인 진달래밭 대피소까지 4시간 반 쯤 걸리는데, 12시가 넘으면 입산이 금지된다. 그런 이유로, 숲속에서 해뜨는 걸 보게 됐다.

개울처럼 보이지만 길이다. 그것도 비교적 순탄한.

첫번째 기점인 속밭대피소다. 화장실과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그 외에는 물도, 휴지통도 없다. 즉, 가져간 것들로 연명하고 쓰레기는 모두 가지고 올라갔다 내려와야한다.

성판악 코스다. 경사가 완만한 대신 길고, 그래서 지루하다는 평도 있어요. 진달래밭 대피소까지는 꽤 무난하다보니, 내려올 때는 졸린 것도 사실이다.

경사가 가파르지는 않지만 눈 쌓인 구간이 보이기 시작한다. 해가 어지간히 올라와 따뜻한 기운이 퍼지기 시작했다.

길 옆의 아름드리나무 숲이 근사하다.

해발 1,200미터를 지날 때 쯤이면 본격적으로 눈길이다. 여기부터는 아이젠이 필요하다.

진달래밭 대피소 전 나무계단이다. 올라갈 때는 괜찮았는데, 내려올 때는 고생을 좀 했다. 꽤 미끄럽다.

역시나 별 것 없는 진달래밭 대피소다. 마지막 화장실이고, 물은 역시 나오지 않는다. 본격 경사로를 오르기 전 숨을 고르는 곳에 가깝다.

성판악 입구에 첫번째 게이트가, 여기에 두번째 게이트가 있다. 백록담이 꽤 멀리 보이지만, 여기서부터 2시간 이내로 올라가야 한다. 그래야 시간 내에 하산할 수 있다.

경사가 급해지면서 멀리로 바다가 보인다. 저기 파란 부분이다.

구름 아래로 서귀포, 그 뒤로 바다다.

해발 1,600미터를 넘으면서 고사목들이 나타난다. 지날때마다 장비를 챙겨와서 본격적으로 찍어보자고 결심하는데, 아마 그럴 여유는 계속 없을 것 같다. 그럴 기운이 계속 없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저 몇 컷이라도 남기는 정도겠다.

나무, 구름, 그리고 파란 하늘, 가끔 보이는 바다가 만들어내는 장면. 매혹당할 수 밖에 없는 풍경이다.

많이 가까워진 백록담. 사람의 걸음은 생각보다 빠르다. 이렇게 순식간이라니.

눈이 많이 쌓아지 않아서, 그래도 안전선이 보인다. 처음 겨울 한라산에 왔을 때는 선 위까지 눈이 덮여, 네발로 기어 내려갔었다.

서귀포가 아득하다. 오늘 아침, 저기서부터 왔다.

제주올레 7-1 코스의 고근산도 보인다. 저렇게 낮았었나.

정상으로 가기 직전이다. 줄 선 사람들은 백록담 표지석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순서를 기다리는 중이다.

눈 쌓인 백록담이다. 눈 쌓인 백록담과 파란 하늘, 멀리 우도가 함께 보이는 장면은 드물단다. 운이 좋았다. 바람이 어찌나 부는지 견디기 어려웠지만, 한참을 눈에 넣어두려 머물렀다.

가보고 싶던 능선이다. 물론 가지 못한다.

이쪽도 마찬가지.

마지막은 정상 아래 고사목이다.

더 악화된 발을 간신히 다스리며 절뚝절뚝 하산했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