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온지 4일째다. 후지피플의 MayBE님을 만나 가파올레를 걷기로 했다. 가파올레는 제주올레 10-1 코스에 해당한다.

새벽버스를 타고 모슬포로 향했다. 전날 한라산 등반의 여파로 꾸벅꾸벅 졸다가 창밖을 봤는데,

왠 애월? 깜짝 놀라 네이버지도와 버스노선도를 조합해보니, 282번 버스가 모슬포까지 간다고 착각하고 중간에 환승을 안한거다. 급하게 내려 조금 늦겠습니다 톡을 보내고 반대편 정류장에서 다시 버스에 올랐다.

모슬포항에서 MayBE님을 만나 표를 끊고 배에 올랐다. 버스 삽질 덕에 예정보다 한 시간 늦은 10시 배다. 생생한 제주생활 얘기를 들을 시간이 생겨버린건 좋았지만.

마라도행과 가파도행이 나란히 떠있다. 잘못 타는 분들이 많은지 행선지 확인하라는 안내방송이 계속 나왔다.

배가 너무 현란해서 들여다보니 뭔가 콜라보라고 적혀있었다. 그 뭔가가 뭔지 알 수 없어서 예쁘네 감탄만 했다.

바람은 불고, 배는 흔들리는데도 승객들은 즐거워했다. 항해 시간이 10분 정도니까 다행이지, 그 이상되면 즐거운 표정은 짓기 힘들 파도였다.

금세 가파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가파도는 처음인데, 첫인상은 뭐랄까, 특징이 느껴지지 않는 섬이었다.

현대카드 프로젝트로 세워졌다는 건물이 보였다. 흐음.

일단 시점 스템프를 찍었다. 겨우 4.2km라니 콧노래가 나왔다. (여전히 발 상태가 좋지 않았다.)


선착장 앞 노란 건물을 들여다보다 동쪽 해안도로로 방향을 잡았다. 워낙 작은 섬이니, 그냥 한바퀴 돌아도 될 것 같았다.



적당히 예쁜색의 건물들과 돌담, 소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갈매기가 날기는 하는데, 바람이 어찌나 거센지 허덕이고 있었다. 결국 방향을 바꿔 활강모드로 들어갔다.

억새는 아닌데 억새처럼 보이던 황금색 풀이다. 이건 청보리일까.

검은 해변의 끝에서 낚시하던 사람. 대단하군.

불과 한시간도 지나지 않아 섬의 반대편에 도착했다. 뭐지 이 바이올렛 비슷한 형광 퍼플은? 이런 색의 건물들이 많이 보였다. 적당히 바랜 자국들 덕분에 근사하기는 한데 무슨 컨셉인지 알 수 없었다. 가파도에 라벤더라도 나는 걸까.

종점 스템프를 찍었다. 오늘의 임무를 완수했으니 조금 느긋하게 걸어도 된다.

으아아. 이런 힙함이라니.

술상자 앞에서 가파냥이를 발견했다. 녀석, 잘 지내냐.

귀찮았는지 자리를 옮기는 녀석을 따라가니, 수녀님들이 보였다.

어쩐지 위화감이 느껴졌던 카페. 커피를 마시고 싶어져야 정상일텐데, 그런 기분은 들지 않았다.

역시나 좀 이상하게 느껴지던 소품가게.
가파도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가오리 모양으로 보인단다. 그래서인지 가파도에는 가오리 그림이 많다.

가파도 명물 눈썹강아지는 주인의 불성실로 눈썹이 없었다. 잘 그려주셔야죠!

배시간이 다 되어 선착장으로 향했다. (사실 눈썹강아지를 놓쳐서 선착장까지 갔다가 다시 뛰어왔다가 다시 뛰어 돌아갔다.) 덕분에 숨이 턱까지 찬 상태로 배를 탔다.

모슬포에 도착해 보말전복칼국수를 먹으러 갔다. 방어축제 시작날이었지만 (발 덕분에) 술을 못마시니 방어 구경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카페 구경을 갔다.







MayBE님 소개로, 제주에서 가장 좋아하는 카페 순위가 바뀌었다. 질 좋은 커피와 힙한 공간, 열대밤을 떠올리는 무드가 좋아 이후에도 여러 번 들렀다.

결국 저녁도 같이 먹고 서귀포 유동커피에도 들렀다. 역시나 좋은 공간이다.

다음에는 뭍에서 뵙기로 하고 늦은 밤 헤어졌다. 오늘 하루 고맙습니다, MayBE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