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름카메라를 쓴 건 그야말로 백만년만이다. 뭔가 재미있는 날을 만들고 싶어 코니카 Auto S3와 유통기한 지난 후지필름 C200을 챙겼다. 이 카메라는 이중합치를 가진 코니카의 명기다. 장착된 38mm는 경쟁자들의 그것에 비해 밝고, 날카롭고, 발색이 좋았다. 이제는 제대로 현상, 인화된 사진을 보는건 하늘의 별따기지만, 현대적인 의미의 ‘필름 감성’의 오리지널 쯤 되는 결과물이겠다. (좋아한다는 뜻은 아니다.)

시작부터 마진이 틀어졌다. 니콘의 플래그십을 제외하면 이건 당연한 일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코니카의 붉은색이 그리웠는데, 유통기한 지난 필름의 발색은 기대와 달랐다. 이제는 되살리기 어렵겠구나 싶다.




딜쿠샤의 벽돌색은 꽤 근사했었는데, 아주 그냥 빤딱빤딱하게 닦아서 시간의 흔적을 싹 지워버렸다. 아무데나 아파트 올리고 호재가 어쩌고 부추기는 토건족들에게 보수를 맡긴걸까. 색마저 쌈마이가 됐다. 딜쿠샤를 다시 올 일은 없겠구나.

그냥 두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아니면 제대로 손을 대던가.


다시 서촌으로

시바가 있는 서촌

노란벽과 노란간판, 봉구비어

그리고 시티투어버스



붉은돼지와 하늘




늦은 오후의 걸개


마지막은 검은고양이 네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