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늦게 도착한 탓에 숙소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공항에서 우붓까지 또 두 시간 가까이 걸렸다.) 아침에 베란다에 나가보니, 발리식 지붕 뒤로 빌라들이 보였다.

과일과 주스, 나시고랭으로 아침을 먹고, 흙냄새 나는 발리니스 커피를 마시고, 작고 아름다운 정원을 거닐었다. 편안하고 행복한 기분이었다.




우붓의 모든 집과 상점과 신전과 미술관에서 발견했지만, 끝내 정체를 알아내지 못한 장식도 있었다. 이 장식이 무슨 뜻인지 아시는 분은 알려주시길.

전날 밤새 비가 많이 내렸다. 덕분에 방에 비가 좀 샜는데, 프론트에 얘기하니 수리공을 지붕 위로 올려보냈다. 방을 옮겨주지 않아 서운했는데, 지붕 위에서 손을 흔드는 수리공을 보고는 마음이 풀어졌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 고치면 되는 거지.
그리고 우붓 잘란잘란 JalanJalan – 발리어로 산책을 뜻한다 – 을 나섰다.

길가에서 장식 대나무를 다듬고 있었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브이 자를 그려 보였는데, 이미 카메라를 내린 후였다. 미안한 웃음을 짓자 괜찮다는 표정이 돌아왔다.

바나나가 정물화처럼, 한 켠을 지키고 있었다.

동네 식당을 기웃거리다가, 댕댕이와 눈이 마주쳤다. 안녕, 인사하고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향했다.


처음엔 시장인가 했는데, 다시 보니 장식과 공물을 만드는 곳이었다. 사람들에게 눈인사를 건네고 조금 떨어져서 구경했다. 형형색색의 공물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이 공물들은 발리니스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신전에 바치는 그것이었다.)



건물 뒤편으로 걸어 나가자 작은 사원이 있었다. 처음 보는 발리식 사원은 네팔이나 캄보디아의 그것에 비해 작고 예쁘다는 인상이었다. 시간의 흔적과 인간의 정성이 배어있는 것은 똑같았지만.


스플릿게이트 Split Gate라 부른다는 사원의 입구를 올려다보다, 우붓 중심가로 향했다.


서점 앞의 가네샤(Ganesha)에 인사하고 우붓왕궁을 지나니 스타벅스가 나왔다. 풍경과 어울리는 간판이네, 다행이네, 생각하다가, 돌아보니 아름다운 연못이 있었다.

우붓의 중심에 위치한 작고 아름다운 사원, 사라스와티 Saraswati의 풍경이 펼쳐졌다.



발리는 힌두섬이지만, 인도, 네팔과는 다른 관습과 문화를 발전시켰다. 힌두교임에도 유일신교(!)이고, 카스트가 있지만 계급 간 차별은 거의 없다고 한다. 가장 큰 차이는, 발리 사람들은 하루 종일, 수시로 예를 올린다는 점이다. 길을 걷다 보면 예를 올리는 발리 사람들을 수도 없이 마주칠 수 있다.


여전히 낯선, 작고 아름다운 사원과 장식들을 돌아보다, 신에게 예를 올리는 장면을 만났다. 숨죽여 그 모습을 바라보다, 파인더 너머로 맑은 눈물 한 방울을 흘렸다. 경이로운 모습이었다.

발리에 머무는 내내 수도 없이 마주하게 될 장면을, 처음 목격한 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