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발리를 사랑하게 될 거야

발리, 가봐.

휴양지 안 좋아하는 것 알잖아?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곳 아냐. 어쩌면 발리를 사랑하게 될 거야.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이 떠올랐다. 백사장을 거니는 휴양객들의 모습도. (사실 그 드라마는 보지 않았다. 그저 그런 통속극이라는 인상만 갖고 있었다. 나중에 들으니, 정작 그 드라마에는 발리 Bali가 거의 나오지 않는단다.) 그런 곳을 왜,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찾아보기로 했다. 어떤 곳이길래.

가장 먼저 쿠타 Kuta와 스미냑 Seminyak의 황금빛 해변을 찾아냈고, 이어서 우붓 Ubud을 알게 됐다. 줄리아 로버츠의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무대라고 했다. 작고 영적인 마을이라고. 그리고 발리 전역에 있는 수많은 사원들도 눈에 들어왔다. 울룬다누 브라딴 Ulundanu Beratan, 따나롯 Tanah Lot, 울루와뚜 Uluwatu, 브사끼 Besakih, … 발리에는 천 개의 사원이 있다고 했다.

… 가야겠다.

거의 십 년 만의 여름휴가를, 발리에서 보내기로 했다.

발리로 가기 위해 쿠알라룸푸르 Kuala Lumpur 국제공항을 경유했다. 에어아시아는 트랜스퍼하면서 굳이 짐을 다시 부치지 않아도 됐고, 돌아올 때는 심지어 체크인도 한 번이어서 편리했다.

여섯 시간을 날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좌석이 좁아 허리가 뻐근했지만, 이다님의 ‘내 손으로, 발리’와 뭔가 부정확한 정보로 가득한 가이드북을 꼼꼼히 읽었다. 언제나처럼 여행 전날까지 야근을 한 탓에 머릿속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지만.

공항에 세 시간가량 머물렀다. 두리안이 눈에 들어왔지만, 사 먹을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맥도널드에서는 차도르를 두른, 나보다 키가 큰 분이 주문을 받고 있었다. 인상과 달리 나긋하고 톤이 높은 목소리라,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시간이 되어 발리행 비행기를 타러 갔다. 한국에서 쿠알라룸푸르까지 6시간, 트랜스퍼 3시간, 발리까지 3시간이니 도합 12시간이다. 지겨운 건 아니었지만, 한국으로 돌아갈 때가 걱정됐다. 실제로 이틀 동안 붙어 다닌 가이드 루디는 ‘다시 12시간’이라며 자꾸 놀렸다.

발리의 하늘에 들어갔을 때, 멀리 해가 지고 있었다. 하늘 위에서 잠시 감상에 빠졌다.

한국보다 조금은 낮은 기온, 조금 덜 습한 공기의 냄새를 맡으며 땅을 밟자, 느릿한 셔틀이 다가왔다.

낯선 입국장을 거쳐, 호텔에서 보내온 차를 타고 우붓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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