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벗어나려 시작한 여행이 어느 순간 일상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가슴 뛰는 여행을 한 게 언제였을까. 습관적으로 짐을 싸고, 무작정 떠나 적당히 감동하며 떠돌았다. 언제부터인가 여행이 달갑지 않았다.

아이슬란드 갈까요. 지인의 한마디에 따라 나섰다. 막연히 꿈꿨지만 실행하지 못했던 곳. (아이슬란드가 여행 버킷리스트에 없는 사람이 있을까.) 작년과 올해, 삶의 전환점을 지나며 모든게 불확실하고 몸도 마음도 지쳐갔지만, 후회는 늘 기회를 미뤘을 때 찾아왔다. 가자, 가보자 마음 먹었다.

그저 눈물 흘리고, 긴 한숨으로 마주했던 장면들이다. 1,285km 링로드 Ring Road를 따라 달린 기록이다.

인천에서 13시간, 폴란드 Poland 바르샤바 Warsaw에 도착했다. 폴란드항공 LOT Polish Airline은 처음 타보는데 꽤 유쾌한 항공사였다. 나중에 소개할 기회가 있겠지. 7시간의 시차 덕에 이제야 해지는 풍경이다.

동구권의 국가들을 여행할 때면, 우리와는 좀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이런 화장실의 모습도 그 중 하나겠다. 장애인 화장실을 가장 좋은 위치에,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직관적으로 표시해둔다. 사회주의는 몰락했지만, 이런 장면에서 그들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환승까지 여유가 있어 잠깐 공항을 구경했다. 커다란 서점이 있고 주류점이 다양하다. 동구권에 왔으니 보드카라도 마셔야 하나 생각하다가 발걸음을 옮겼다. 국적기의 허브답게 아이들의 탈 것도 폴란드항공 비행기다.

늦은 밤이 되어서야 비행기에 올랐다. 똑같은 폴란드항공인데 아이슬란드로 가는 기내 분위기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설레임이나 기대감 같은게 떠도는 것 같았다. 기분 탓이겠지.

자정을 넘어서야 케플라비크 국제공항 Keflavík International Airport에 도착했다.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유명한 노천온천, 블루 라군 Bláa Lónið의 광고판이 눈에 들어왔다.

Velkomin Heim. 여기저기 보이는 이 문구는 집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라는 뜻이다. 아이슬란드 국적기를 타면 승무원들로부터 여러번 들을 수 있다고 한다. 따뜻한 환대랄까.

Exit라니,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아 잠시 멈춰섰다. 지난 일년 여의 시간이 떠올랐을까. 아이슬란드인들은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기대하는지 알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예약해둔 렌터카를 찾으러 갔다. 아이슬란드는 열쇠보관함과 패스코드의 사용이 일반적이다. 대부분의 숙소가 이런 시스템인데, 지금 생각해보니 렌터카도 동일한 시스템이었던 거다.

낯선 길을 달려 첫날의 숙소에 도착했다. 기숙사를 개조한 것 같은 공간은,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사실 아이슬란드 숙소에 대한 기대가 조금도 없었다. 예약 사이트의 사진들만 봐서는 좁아터진 게스트하우스나 들판 한가운데에 있는 로그 캐빈 같은게 떠올랐다. 결과적으로는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었는데, 잘 갖춰진 시설들과 안락한 공간이 여행 내내 큰 도움이 되었다.

한국에서 가져온 온갖 부식을 챙겨먹고 서둘러 잠을 청했다. 긴 여정의 시작까지는 3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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