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날이 밝았다. 오늘도 밤새 비가 내렸고, 여전히 하늘은 흐리고 풀이 누운 들판으로는 바람이 분다. 이 여행도 어느새 중반으로 가고 있다.

이번 숙소는 아주 제대로 로그 캐빈이었다. 좁고 벌레라도 나올 것 같았지만, 다행히 그렇지는 않았다. 시설이나 가재도구 상태가 별로였는데, 어찌보면 딱 상상했던 아이슬란드 숙소 레벨이다.

숙소 소개글에는 인근 호텔에서 식사할 수 있다고 써있었다. 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었는데, 게스트하우스 자체가 호텔에서 운영하는 곳이었다. 그러니, 호텔 식당 와서 먹으면 된다는 거였다.

빗방울이 떨어지고 바람이 세차게 불었지만, 아침을 준다니 호텔로 향했다.

식사는 기대보다 훨씬 좋았다. 제대로 만든 음식에 커피는 향긋했다. 숙소 리뷰에 다들 숙소는 별로지만 아침은 훌륭하다고 적어놨던 이유를 알게 됐다. 몇 번이고 음식을 가져오고 커피도 여러 잔 마시며 창밖으로 게스트하우스의 풍경을 바라봤다.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묵은 곳이다.

게스트하우스에 비해 호텔은 또 제법 훌륭해서 감탄하고 있으니, 청소하던 분이 전통가옥을 보고 가라며 들판을 가리켰다. 손가락을 따라가보니 귀여운 집이 보였다.

전통가옥이라기에는 너무 신식이라 어리둥절해졌는데, 국립박물관에 들렀을 때 보니 아이슬란드는 역사가 1천년이 되지 않았다. 그러니 꽤나 근대적일 수 밖에 없겠다.

이 농기구는 심지어 현대적이다. 이쁘라고 북유럽 감성으로 칠해둔 건 아니겠지.

일행 커플의 운전 덕분에 오늘은 맘놓고 카메라를 들었다. 생각해보니, 오늘은 결단코 옆길로 새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을 수 있겠다.

창밖으로 수 많은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멋진 풍경이 있으면 거기에 집 한 채 있고, 그 집은 꼭 멋드러지게 지어놨다. 방풍림도 꼼꼼히 세워 풍경속에 그대로 녹아들어 있었다. 아, 그것 참 좋겠네? 니네 되게 좋은데 사네? 일행 모두가 짜증을 내면서 길을 달렸다. 우리는 콘크리트 성냥갑에 살면서 내 대출액이 더 많네, 내 성냥갑이 더 비싸네, 어서 값이 올라야 상급지 성냥갑으로 갈텐데 라면서 살고 있는데. 실제로 행복지수 기준 아이슬라드는 1, 2위를 다투는 곳이다. 우리는? 굳이 말하고 싶지 않다.

창밖으로는 한 사람이 비와 우박이 내리는 길을 우산도 없이 걸어가고 있었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역시 대단하네. 마지막으로 봤던 마을이 수 킬로미터 전이었던 것 같은데.

여담인데, 악명높은 아이슬란드 주유소는 여행 내내 골탕을 먹였다. 주유 금액이나 양을 설정할 수 없거나(!), 설정해도 멋대로 들어가거나(!), 설정한 금액과 관계 없이 결제가 되거나(!), 대체 왜 이 금액인지 알 수 없는 금액이 결제되거나(!), 아주 난리였다. 듣기로는 일단 결제 후 나중에 정상 청구된다고 하는데, 일부 취소되는 것도 24시간이 더 걸리거나 아예 몇 주가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현지에서는 상황을 알 수가 없으니 이게 나중에 전부 과다청구되는 것 아닌가 걱정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는 문제 없이 정상 청구되었지만, 여행 내내 유류비 때문에 골치가 지끈거렸다.

어쨌든 오늘은 유빙을 보러 가는 날이다. 검은 해변을 가득 채운 유빙의 풍경을 상상하며 길을 서둘렀다.

실처럼 보이던 폭포들.

어제의 스카프타펠 Skaftafell도 멀찌감치로 지나쳤다. 다시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디아먼드 비치 Diamond Beach에 도착했다. 유빙을 볼 수 있는 검은 해변이다.

먹먹한 기분이 드는 해변이었다. 보통은 유빙으로 가득차는 곳인데, 지구온난화 덕분에 흘러오는 유빙도 현저하게 줄었단다. 유빙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얼음조각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어제 만난 빙하트래킹 가이드는 아마, 길어야 20년이면 빙하가 없어질거야라며 걱정했었다.

이 정도가 가장 큰 유빙이다. 높이 2m가 안되는.

쓸쓸한 마음을 뒤로 하고 요쿨살룬 Jökulsárlón으로 향했다. 디아먼드 비치로 이어지는 빙하호다.

이쪽도 처참하기는 마찬가지다. 살아남은 빙하가 많지 않다.

어쩌면, 지나가고 있는 미래를 목도하는 것인가 생각이 들었다. 빙하가 있어야 할 미래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빙하투어를 떠나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어쩐지 비장해보였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