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몇 번씩 비가 내렸다, 그쳤다, 맑았다, 흐렸다, 우박이 내리기를 반복했다. 그러면서 점점 추위가 더해졌는데, 곧 눈이 올 것 같았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차에 올랐다.

비에 젖은 도로를 따라 길을 나섰다. 오늘의 첫 목적지는 어제 온천 때문에 포기한 셀야란드포스 Seljalandsfoss다.

주차장에 들어가다 양을 발견했다. 카메라를 들고 다가가니 조금씩 거리를 두다가 결국 초원으로 내려간다. 아이슬란드에서는 동식물이 거의 보이지 않는데, 유독 양이 많다. 대체 양은 이런 땅에 어떻게 번식한걸까 궁금했는데, 천년 전 바이킹 이주민들이 데려와서 그렇단다. 아하 그렇구나.

아이슬란드의 폭포들은 볼 때마다 신기했다. 테이블처럼 평평한 산에서 저 많은 물이 떨어지다보니, 대체 위에 뭐가 있을까 자꾸 궁금해졌다. (후에 길을 잘못 들어 이런 궁금증을 강제로 해소하기는 했다.)

멀리 셀야란드포스가 보이는데, 비현실적으로 넓은 평원 탓에 크기가 가늠되지 않았다.

폭포에 다가가니 폭우속에 들어온 기분이다. 역시나 말도 안되게 큰 폭포였다. 점처럼 보이는 색색의 우비는 일행이다.

폭포 뒤 동굴 안에서 밖을 내다봤는데, 글쎄, 참 뭐라고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 들었다. 고요함에 가까운 감정 같았는데.

여행을 함께 한 다섯 명의 목표는 조금씩 달랐을 것이다. 얘기해본 적은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오로라가, 또 누군가에게는 그저 달리는 것만이 목표였을 수도 있겠다. 다만, 이런 목표와 무관하게 자꾸 옆길로 샌 덕에 리더가 일정 조정에 애를 먹었다는 얘기를 해야겠다. 다른 날도 그랬지만, 이 날도 여러 번 옆길로 샜다.

이를테면, 이런 풍경 앞에 예쁜 카페가 있으니 안갈 수 없다! 는 식이었다.

아이슬란드에는 레이캬비크 중심가를 제외하면 카페가 많지 않다. (쓰고 보니 당연한 얘기겠다. 북극해 인근에 커피가 날 리 없고, 거기까지 커피를 가져가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다.)

링로드에서 들른 카페는 팍시 FAXI BAKERY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는데, 따뜻한 커피와 향긋한 시나몬 롤을 내줬다. 잠깐의 팬시함을 즐기다 디르홀레이 Dyrhólaey로 향했다.

디르홀레이는 검은 모래와 바다를 볼 수 있는 아이슬란드 최남단의 곶이다. 이번에는 길을 따라 얌전히 달리는 듯 했으나,

역시나 또 옆길로 새고 말았다. 왼쪽 앞으로 보이는 바위산이 너무 멋있는거다. 그런데, 비온 뒤라 길이 질퍽하고 생각보다 경사가 가팔랐다. 뒤 따라 오던 일행에게 오지마, 여기 별 것 없어 손짓하고 미끌미끌 기어 올라갔다.

그런데, 동굴 안에서는 멀리로 디르홀레이의 옆얼굴이 보였다. 근사한 풍경이었다. 맹세코 혼자 보려고 그런 것은 아니었는데.

바위산에서 내려와 차를 타고 디르홀레이 언덕으로 올랐다.

그리고, 등대를 향해 다가간 길 끝에서 검은 바다를 만났다.

다시 긴 한숨을 쉬며 검은 풍경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코끼리바위가 보였다. 드래곤 길들이기 How to Train Your Dragon, 왕좌의 게임 A Game of Thrones에 나왔다는데, 과연 그럴 법해보였다. 바위 아래에서 보고 싶었지만, 시계를 보고 돌아섰다. 링로드 5일은 아무래도 너무 짧다.

이제 레이니스피알 Útsýnisstaður 해변으로 떠날 시간이다.

디르홀레이에서 봤던 검은 모래와 검은 바다를 만날 수 있는 해변이다.

영화 노킹 온 헤븐스 도어 Knockin’ on Heaven’s Door가 생각났다. 마틴과 루디가 스러지던 마지막 바다, 그 바다가 아마 이랬을 것이다.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바다.

천국에는 주제가 하나야.
바다지.
노을이 질 때
불덩어리가 바다로 녹아드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지.
유일하게 남아있는 불은 촛불같은 마음 속의 불꽃이야.

자꾸만 그 장면이 떠올라 주저 앉고 싶어졌다.

잠깐의 이벤트로 곧 결혼하는 일행의 스냅을 찍고 돌아서는데, 본격적으로 옷을 갖춰 입고 온 커플이 나타났다. 이 추운데서? 싶었는데, 거친 파도가 만들어내는 배경이 특별했다. 우리도 이렇게 준비할 걸 그랬나, 아쉬움이 남았다.

이 바다에서 사진을 남기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길.

서둘러 점심을 챙겨 먹고, 다음 일정으로 향했다. 아이슬란드 여행의 하일라이트, 빙하 트래킹이다.

압도적인 빙하의 풍경을 보며 스카프타펠 Skaftafell로 향했다.

3시간 정도 걸리는 빙하 트래킹은 전문 가이드와 함께 하는 코스다. 정상에서는 빙하수도 마실 수 있다. 헬멧과 피켈, 적합한 신발도 빌려준다.

빙하 입구까지 어떻게든 걸어가기는 했는데, 이러저러한 이유로 일행 중 일부는 돌아설 수 밖에 없었다. 친절하기만 하던 뉴욕 출신의 가이드가 단호한 말투로 안된다고 하는데, 따르는 게 옳을 것 같았다.

그래도 빙하를 밟아봤고, (땅처럼 보이지만, 빙하 위에 흙이 덮인 것이다) 다른 일행들은 정상까지 다녀왔다. 다행이었다. 내게도 언젠가 다시 기회가 있겠지.

(절반정도) 성공적인 트래킹을 마치고 다음 숙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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