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를 조금 돌아다녀보고 있다. 이동네에서 뭔가 하면 좋지 않을까, 꿍꿍이와 그래도 사는 동네인데 좀 알아야하지 않을까, 책임감이 반반인 상태다. 그런 의미에서 감악산을 다녀왔다.

파주의 면적은 서울보다 크고, 부산보다 작다. 경기도내에서도 압도적인 포천을 제외하면 2위권이다. 그런 만큼, 대충 지도 보고 찾아가면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 놀라게 된다. 감악산 출렁다리 입구까지는 1시간이 꼬박 걸렸다.

입구르 지나 계단을 조금 오르니 전망대가 나타났다. 출렁다리가 눈앞에 펼쳐지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장관이었다. 좌우로 걸린 출렁다리가 웃고있는 산의 입꼬리처럼 보인다.

이름 치고는 딱히 출렁거리지는 않았다. 근사한 좌우 풍경이나, 제법 성의있게 만들어진 다리가 맘에 들었다.

가운데 위쪽으로 운계전망대가 보이고, 오른쪽으로 시선을 따라가니 백옥석 관음상이었다. 일단 저기까지는 가야 한다.

출렁다리는 잘 관리된 데크로 이어졌다. 그늘 안으로 들어갈 수 있어 다행이었다.

어쩐지 호랑이를 만났다. 뭔가 야단치는 듯한 호랑이의 얼굴이 낯설다. 늘어진 뱃가죽의 라인도 어색하다.

자랑스레 운계폭포 사진을 보냈는데 “소박하다”, “귀엽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이거슨 아이슬란드 후유증이다.

길을 따라 올라가니 범륜사의 연등이 보였다. 연등은 역시 좀 촌스러워야 이쁘다.

나 빼고는 다들 부지런하달까. 전국의 산악회에서 다녀간 리본들이 빼곡히 달려있다.

범륜사에 도착했다. 템플스테이라도 하시는 걸까, 방갈로 같은 시설이 맞아줬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속세의 느낌이 강한 절을 좋아한다. 불당인지 법당인지 알기 어려운 곳 말이다. (사실 뭐 다르겠냐마는.)

먹을 수 있는 약수터다. 여기서 물을 담아갔어야 했다.

관음상으로 이어진 길에는 코끼리상과 문수보살이 계셨다. 자테가 비범치 않은데다,

배경으로 물안개까 깔리고 있었다. 역시.

이어지는 십이지상이고.

비율이 남다른 관음상에는 장대한 역사가 있었다. 설명을 그대로 옮기면,

…(전략)…감악산 범륜사 도량의 관상은 금번 한중 친선교류로 올해년 (1995년)정 초부터 중국과 인연을 맺어 하북성 아미산에서 백옥 십 일면 관음상을 신 조성하기 시작 만 7개월만에 완성하여 오마리 수륙을 지나서 천진함까지 도착 한국으로 수송하던중 천년만의 대 홍수로 인하여. 약 1개월간 지체한후 음력 본 8월 인천항에 무사히 강림하시고 추석철을 지나서 동월 17 일자로 적성면 광장에서 임시 3일간 야를 경과하시고 30일 31일 양일만에 본사 성지도량에 안착하게 되었으며…(후략)…
출처 : 동양 최초 백옥석 관음상 설명판

여튼 영험하신 분이란 뜻이겠다.

산길을 조금 걸어 운계전망대에 도착했다. 아래에서 볼 때는 아찔했는데, 이렇게 보니 평화롭기 그지없다. 한 부부가 기쿠지로의 여름을 듣다 볼륨을 줄이셨다. 그냥 두세요, 듣기 좋은데.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오셨다.

출렁다리가 꽤 멀어졌다. 사람의 발걸음은 역시 빠르고 효율적이다. 순식간에 이렇게 멀리 오다니.

길을 되짚어 범륜사로 돌아갔다.

해우소에는 어쩐지 사모아 아피아추 호텔에서 그린 그림이 걸려있었다.

치지 말라니 굳이 치고 싶던 범종이다.

대웅전에 올랐다. 본존불은 뵙고 가야하니.

최근에 뵙고 온 용암사의 부처님도 좋았는데, 이곳에 계신 분도 만만찮았다. 장난기 가득한 표정이 이 절의 분위기를 알게 해줬다.

무심히 고개를 돌리는데, 송자관음보살(送子觀音菩薩)이 계셨다. 대웅전에 모신 건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범륜사가 기자(祈子)로 알려진 도량이란다. 그렇구나, 조금 더 가까이에서 뵈었다.

아무래도 낯설지만, 아무렴 어떻겠는가.

대웅전을 나오니 또 좀 이질적인 건물이 나타났다. 들여다보니 공양간인데, 시주를 받으시는 곳이었다. 비빔밥과 묵밥이라, 이렇게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맛집일 것 같았다.

대웅전 본존불 뒤로도 책장에 불경이 빼곡했는데, 이곳에도 불경을 펼쳐든 동자상이 보였다. 기자 뿐 아니라 학업에도 정통한 곳인가 싶었다.

세계평화도 그렇고.

마지막으로 대웅전을 돌아보고 감악산 정상으로 향했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