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쿨살룬 Jökulsárlón을 떠나 북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오늘은 아이슬란드의 남동쪽에서 북동쪽까지 단숨에 올라가는 길이다. 전체 여행 중 가장 긴 여정이다.
Route 1을 따라가다보면, 길가에 이러저러한 잔해들이 보인다. 사고의 흔적을 모아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는 것 같은데, 오랜 시간 비바람을 맞다보니 낯선 행성에 불시착한 기체들처럼 변한다. 이행성적인 풍경에 어울리는 오브제겠다.

역시나 근사한 풍경 앞에 자리잡은 집 한 채다. 저런 곳에 산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동쪽으로 오면서 화산재가 흘러내린 장면이 많이 보인다. 이대로 흘러가면 검은모래 해변까지 가는 걸까.


아이슬란드 와서 만난 첫번째 터널이다. 산이 이렇게 많은데, 터널은 왜 없을까 생각해보니, 하긴, 화산에 터널을 뚫고보자는 생각은 하기 어려울 것 같다.


아무리 신기한 장면이라도 반복되면 질릴 법 한데, 아이슬란드에서 마주치는 풍경들은 늘 새롭게 느껴졌다. 이런 것도 여기서나 경험할 수 있는 일이겠지.

연신 셔터를 누르던 일행의 풍경.

길이 해안도로로 이어졌다. 눈앞에 거대한 바다가 펼쳐졌다.

전망대에서 잠시 차를 세웠다. 표지판에 전세계나라 말로 씌여진 스티커들이 보이는데, 이걸 일부러 들고 다니는건가 싶기도 하고, 와, 이거 재밌겠다 싶기도 했다. 다음부터는 한글 스티커를 좀 들고 다녀야하나.

바다로 이어지는 길을 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저 바람을 마주하고 영원히 서 있고 싶은 풍경이었다.

바다의 소리, 냄새, 맛. 바다는 검푸르기만 하다.

점심을 먹고 화장실도 이용할 겸, 계획에 없던 항구마을에 들렀다. 듀피보귀르 Djúpivogur는 베루피외르두르 Berufjörður 피요로드에 위치하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링로드 화장실 명소였다. 아무래도 길 위를 달리다보니 화장실을 찾아다니는 일이 많고, 접근하기 좋은 위치다보니 꽤 알려졌다.

Hans Jonathan의 기념비다. 카리브해 버진 아일랜드의 노예였던 그는 이 마을에 정착해 차별받지 않고 자유인으로 살았다고 한다. 아이슬란드 최초의 흑인이라는데, 후손이 천 여명에 달한다.


마을이 워낙 예뻤다. 이번에는 멋모르고 들렀지만, 다음에는 머물다 가고 싶어졌다. 기념품 가게에 들러 코스터와 키링을 사고 나와보니 핫도그 가게가 있었다.

와우, 환하게 웃는 부부가 따뜻한 핫도그를 내주셨다.

여행 중 처음이자 마지막 외식이었다. 오리지널을 포함한 세 종류의 소스가 정말 맛있었다.

여유도 잠시, 서둘러 길을 나섰다. 비가 조금씩 흩뿌리는데, 산을 넘어가는 길은 예상보다 험했다. 돌이 나뒹굴고, 길은 진흙창에 가까웠다.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일행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어쨌든 궁금해하던 산 위 풍경을 만났다. 수많은 폭포를 보면서 저 산 위에는 뭐가 있길래 저런 폭포가 흘러내릴까? 궁금해했던 그 풍경이다.


폭포와는 대조적으로 무척이나 고요한 풍경이었다. 강이 되지 못한 작은 흐름들을 보고 있으니, 묘한 감흥이 일었다.

이제부터 내려가는 길이다. 개울들이 서로 모여 수량이 급격히 많아지는게 보였다.


잠시 돌아본 곳.
멀리 호수가 보이는 전망대에 잠시 차를 세웠다.



The Long and Winding Road.

다시 길을 달리는데 침엽수림이 나타났다. 숲이 아이슬란드 국토의 10% 미만이라니, 그 귀한 숲을 만난 것이겠다. 너무 척박한 땅만 보고 다녀서 그런지, 키큰 나무들이 낯설게 느껴졌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술을 사는게 쉽지 않다. 빈부딘 Vínbúðin이라는 리커 스토어에서만 살 수 있는데, 모든 도시에 있는 것도 아니고, 오후면 닫아버려서 이때까지 술을 마실 수 없었다. 오늘은 어떻게든 사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쳐들어간 에이일스타디르 Egilsstaðir점이다.

보너스 Bónus 마트에도 들러 아이스크림을 샀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아이스크림을 너무 좋아해서, 차를 몰고 사러 간다는 얘기를 들었다. 뭔가 근사한 걸 팔 거라고 기대했는데, 정작 수입산들이었다. 전문점이라도 찾아야하나 싶어졌다.

다음 숙소인 후사비크 Húsavík로 향하는데, 순식간에 어둠이 내렸다.






길 위에서 다시 오로라를 만났다. 첫날처럼 강렬하지는 않았지만, 거의 매일 찾아와주는 오로라가 고맙기만했다.



숙소에서, 악명높은 양머리 편육과 보드카를 마셨다. 고기는 생각보다 먹을만했는데, 쉽지 않은 사람이 더 많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보드카에서는 빙하맛이 났다.
내일은 고래를 보러 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