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장이 아닌 여행은 어쩐지 오랜만이다. 수도 없이 타고 내리던 비행기인데, 여행으로 타니 기분이 묘하다.

하늘 위는 맑았는데, 정작 제주는 흐리다. 변덕이 심한 날씨이니 실망하기는 이르다. 제주여행의 시작은 대게 은희네지만, 이번에는 각재기국이다. 사실 은희네보다 더 해장국 같은 건 사실이다.

이번 일정은 주로 제주시와 대정이다. 그래서 커피템플을 찾아갔다. 괜찮은 라떼를 내주는 집이다.

스탭들이 무척이나 밝은 목소리로 맞아준다. 뭘 마시면 되나요? 물어도 좋을 곳이겠다.

연말 한정 메뉴에 귀리로 호사를 부려봤는데, 쌉싸름한 라떼의 풍미가 독특하다. 예쁜 쟁반이 갖고 싶어졌다.

내다보이는 풍경이다. 오늘은 제주에 (사실상) 첫눈이 온 날이란다. 제주의 눈은 보통 싸리눈인데, 이날은 우박처럼 쏟아졌다. 스트로보 하나 안챙긴 덕에 눈은 보이지 않는 풍경이다.

잠시 정원에 나갔다. 나무에 올려둔 감귤이 이곳이 제주임을 알려준다. 참고로, 카페 뒤쪽으로는 감귤농장도 있다.

꽃잎이 아닌 감귤이 떨어진 풍경이다. 역시 제주답다.

눈이 그치기를 기다려 절물자연휴양림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내 취향은 곶자왈이나 사려니숲이기는 하다.


무려 ‘국립’이 붙은 곳인데, (그래서인가?) 촌스럽기 그지 없는 조경이 눈에 띈다. 거북할 정도까지는 아닌데 딱히 렌즈를 들이댈 장면들도 아니다.

짧은 산책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다시 눈이 내린다. 제주에서 눈을 보는건 20년 쯤 되었나.

차를 돌려 ‘가장 쓸쓸한 바다’ 김녕을 보러 갔다. 제주는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지만, 김녕의 바람은 유독 매섭다.

Stranger than Paradise.

바람을 따라 흐르던 바다.

바다로 난 길.



저녁은 아무래도 흑돼지겠다. 제주의 맹주를 꿈꾸는 여러 가게를 가봤지만, 그냥 돈사돈을 다니기로 했다. 좋은 고기를 제대로 구워주고, 멜젓도 좋은 것으로 내준다.

마지막으로 ‘100만 개를 팔아치웠다는’ 마농바게트를 사고 숙소로 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