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떠난 여행이 2020년이었다. 모두의 삶을 바꿔버린 코로나 탓이 가장 컸지만, 생활에 치여 떠나고 싶은 마음조차 잊었었다.

발단은 항공사의 마일리지 안내 메일이다. 어, 생각보다 많이 쌓였네. 이걸로 어딜 갈 수 있지? 어, 튀르키예 갈 수 있네. …가볼까? 그렇게 훌쩍 떠나게 됐다. 그리고, 시간과 문명의 교차로 한가운데에서 잊을 수 없는 사람들과 순간들을 마주했다.

그 기록들을 시작한다.

튀르키예는물리적으로 꽤나 먼 곳이었다. 빛에 따라 자동으로 어두워지고 밝아지는 창을 신기해하며 12시간을 날아가니, 카스피해 위로 하늘이 물들기 시작했다.

쿠알라룸프르 공항에 갔을 때 온통 에어아시아 비행기만 있는 것을 보고 놀랐었는데, 이스탄불공항은 터키항공 전용 공항처럼 보였다. 찾아보니, 터키항공은 가장 많은 국가에 취항하는 거대 항공사였다. 가지 않는 나라가 더 적단다. 그래서 이렇게 비행기가 많은 건가.

내리자마자 ATM과 실갱이를 하고 보니(ATM은 국제 표준 안만드나?) 승객들이 모두 사라져버렸다. 어, 짐 찾아야 하는데. 가뜩이나 큰 공항을 헤매다 우리 비행기 승무원을 찾아냈다.

짐 찾는 곳이 어디일까요? 저희도 이스탄불은 처음이라… 아하? 그럴 수 있는 얘기인데 인지부조화가 일어날 것 같았다. 덩달아 당황한 승무원이 지나가는 공항 직원에게 도움의 손짓을 했는데, 그 직원,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고 지나간다. 아니, 인사하자는 게 아니라. 결국 쫓아가서 물어보니 어쩐지 열정적으로 설명해줬다. 일단 한층 내려가 그리고 왼쪽으로 길을 따라가면 다시 한층 더 내려갈 수 있어. 그리고 오른쪽에 보면 전광판에 비행편과 컨베이어 번호가 보일거야. 근데 숫자 뒤에 알파벳이 있을 수 있어. 그것도 확인해야돼. 오케이? 오케이. 충분히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으니 그제서야 악수를 하고 떠났다.

짐을 찾고 출구로 향하는데 거대한 장식이 눈에 들어왔다. 다음날부터 시작하는 라마단 홍보물이었다. 크고 아름답네. 잠시 헤에 바라보다 택시를 타러 갔다.

튀르키예 택시 미터는 룸미러에 달려있고, 거리와 시간, 요금이 실시간으로 보였다. 숫자 올라가는게 재미있어서 보고 있으니 한 시간 여를 달리고, 다시 골목을 구불구불 돌아 호텔에 도착했다. 구시가 쪽은 트램 궤도만 있고, 일반 차량은 들어갈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각종 리뷰와 구글맵까지 확인하고 숙소를 예약하지만, 도착해보면 예상과는 다른 경우가 많다. 좋은 쪽이든, 그렇지 않든.

이번 숙소는 좀 추웠는데(이스탄불 호텔이 보통 추웠다), 커튼을 젖히니 베야지드 모스크 Beyazıt Camii의 불빛이 인사를 건네왔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선물을 받고 침대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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