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의 아침은 한국보다 6시간이 늦다. 시차 때문에 늦잠 자는 기분으로 밍기적거리는데, 아잔 adhan이 들려왔다. 예상보다 큰 소리에 놀라 커튼을 젖혀보니, 해 뜨는 하늘 위로 새들이 날고, 아잔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베야지드 모스크 Beyazıt Camii의 압도적인 실루엣도 형체를 드러냈다.

날이 밝으니 트램 너머 이스탄불 대학이 보였다. 그래서 새벽부터 사람들이 많았구나. 학생들이었나보네. 호텔 조식을 만찬 수준으로 먹고 길을 나섰다. (튀르키예식 아침은 정말 양이 많다. 보통의 우리나라 결혼식 뷔페 정도가 매일 아침 나온다고 보면 된다.)

튀르키예에서 놀란 것 중 하나가 무단횡단이다. 사람들이 정말 모든 곳을 무단으로 건넌다. 그리고 무단횡단자들 사이로 차와 트램이 비집고 들어간다. 그야말로 인정사정 없다. 한편으로는 이해도 되는게, 횡단보도가 별로 없다. 있다 해도 모두가 신호등을 무시한다. 차고 사람이고 트램이고 할 것 없이. 어느 순간 익숙해져서 덩달아 무단횡단을 했지만, 아찔한 장면도 많이 목격했다. 그런 의미에서 트램 길을 무단횡단하던 순간이다.

기대하고 기대하던 터키 고양이를 만났다. 여행 내내 만났던 수 많은 고양이들처럼, 이녀석도 사람을 가리지 않았다. 지나가던 시민이 밥을 주는데, 이렇게 놓아주는게 신기했다. 허겁지겁 먹지 말라는 것인가. 눈치를 보아가며 햇반 그릇에 밥을 쌓아줘야 하는 우리네 상황과 많이 달랐다. 네들은 좋은 대접을 받고 있구나, 부러운 장면이었다.

오래전 이태원 모스크에 우연히 들어간 적 있다. 무슬림 한 분이 손짓을 했는데, 낯선 종교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고개를 젓고 돌아나왔다. 그래서 베야지드 모스크가 나의 첫번째 모스크가 되었다. 심호흡을 하고, 차가운 아침 공기를 느끼며 웅장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볼 때와 달리 (거의 모든 모스크가 그랬다) 안쪽 공간은 아늑하게 느껴졌다. 우두를 하는 공간은 단정하고 깔끔한 인상이었다. 무슬림들은 기도 전 이곳에서 손, 입, 코 속, 얼굴, 팔, 목덜미, 머리카락, 귀, 발 순서로 몸을 씻는다.

모스크 안은 더욱 소박하고 정결한 인상이었다. 높이 솟은 돔은 위압감을 주지 않았다. 나중에 들었는데, 이슬람은 우상숭배를 금하고 있단다. 성상이나 성화가 없을 뿐더러 장식조차 단순하게 해야 한다. 모스크는 결국 메카가 있는 방향으로 기도하는 공간일 뿐이란다. 그래서인지, 종교적 시설이라는 인상이 옅었다. 물론 기도하는 시간이라면 이런 기분이 들지는 않겠지만.

돔을 올려다보고 있으니 러시아의 터무니없이 화려한 성당들이 생각났다. 거기에서는 예수가 내려다보고 있었지. 그나저나 힘들게 돔을 만들어놓고 장식이 너무 소박한 것 아닌가 싶었다.

오망성이 기본인가 싶었는데, 다른 모스크를 가보니 꼭 그렇지도 않았다. 딱히 엄격한 기준이 없는 것인지 가는 곳마다 장식이 달랐다. 타조알도 있는 곳이 있고 없는 곳도 있다. (대부분의 모스크는 해충을 막고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 타조알을 달아둔다.)

잠시 무릎을 꿇고 이맘의 낭독을 들었다.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마음이 편안해졌다.

밖으로 나오니 두번째 고양이가 맞아줬다. 너 진짜 잘생겼구나. 귀엽게 브이자로 잘라낸 귀를 만져주다가 모스크를 떠났다. (터키 고양이들은 기본 박치기부터 해준다. 무릎위 골골송도 기본장착이다.)

세번째, 네번째, 다섯번째 고양이다. 튀르키예 고양이들은 자기들끼리 부대끼고 뒤영켜 노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았다. 먹을 것이 충분하고 사람들로부터 좋은 대접을 받아서일까, 영역동물이 싸우지 않는게 신기했다.

베야지드 모스크에서 그랜드 바자르 Kapalı Çarşı로 이어지는 길은 중고서점 골목 Sahaflar Çarşısı이었다. 이스탄불대학 학생들이 교재를 사는 곳이겠다. 여러 나라의 다양한 책들을 볼 수 있어 눈이 즐거웠다.

소박한 기념품점도 있는데, 백발 성성한 아재는 인사하니 손을 흔들어줬다. 정작 장사에는 별 관심이 없어보였다.

İbrahim Müteferrika의 흉상을 발견했다. 찾아보니 오스만제국 최초로 출판사를 만들고 인쇄물을 발간한 사람이란다. 과연 흉상을 세울만하겠다.

골목을 한번 더 돌아보고, 그랜드바자르로 향했다.

Starless.Blog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