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북부의 후사비크 Húsavík는 인구 2천명 규모의 작은 도시다. 이 도시는 여름철 고래 관찰 투어로 알려졌는데,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곳이다보니 별명이 ‘고래 수도’가 됐다.

아이슬란드에서의 넷째날 아침, 고래를 보러 갔다.

미리 예약해둔 티켓을 받았다. 창구 직원은 파고가 2m를 넘는다고 계속 겁을 줬다. 무슨 뜻인지 이때는 몰랐다.

선착장으로 이어지는 길 옆으로는 후사비크의 오래전 사진이 걸려있다. 1910년부터니까 꽤 오래된 도시다.

시간이 돼서 선착장에 들어가니 쾌속 보트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가격이 조금 더 비싸고, 대신 고래에 꽤 가까이 다가가기 때문에 노약자, 임산부는 탑승 금지란다.

우리가 선택한 일반배는 어선을 개조한 것이다. 이 배를 타고 북극해까지 꽤나 멀리 나갔었다는데,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지 파도를 경험하고서 알게 되었다.

배에 오르기 전,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고래를 보여주겠다는 항해사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구명복 입는 법을 시연하는 대목에서는 어안이벙벙해졌다. 비행기 이륙 전 승무원들이 하듯이 그냥 시범만 보이고는 구명복을 나눠주지 않았다. 아하? 이 배는 안뒤집어진다는 말인가? 구명복 없이 항해에 나섰다.

실제 뒤집어지지 않는지 어떤지는 모르겠는데, 배는 장난 아니게 흔들렸다. 진짜로 2m가 넘을 법한 파도를 타고 다녔다. 놀이기구 바이킹이 사실은 현실고증판이었구나! 확실히 알게 됐다.

이런 항해가 괜찮을리가 없다. 10여 분 쯤 지났나, 사람들이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너도 나도 멀미. 여기 저기서 드러눕기 시작했다.

사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멀미를 했다. 울릉도에서 태풍을 뚫고 올 때도 안했던 멀미인데, 이 날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한마디로 실신. 그 동안 멀미하는 사람들을 비웃은 게 미안해졌다.

네발로 기면서 간신히 이웃 배를 담았다. 어쨌든 풍경은 아름다웠다. 내 속은 그렇지 않았지만.

배는 한시간 반 정도 북극해를 향해 나아갔다. 당연히 파도는 더 거세지고, 사람들은 전사하는데 고래는 보이지 않았다. 항해사가 풀이 죽은 목소리로 오늘은 고래를 만나지 못할 것 같다고 항구로 돌아가자고 했다. 가뜩이나 죽어가던 사람들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장렬히 전사. 그렇게 배를 돌려 항구로 향했다.

그러다 갑자기 시끌벅적, 배 선두의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바닥에서 뒹굴다 정신을 차리고 선두로 뛰어갔다. 멀지만, 고래들이 점프하며 헤엄쳐가는게 보였다.

이 고래들의 이름은 긴지느러미들쇠고래 Long-Finned Pilot Whale였다. 흰긴수염고래나 향유고래같은 덩치는 아니지만, 길이 6m, 무게 300kg에 달하는 고래다.

대양을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을 넋놓고 봤다. 바다에서 만나는 고래는, 아쿠아리움에서 보던 느낌과는 전혀 달랐다. 어쩐지 울컥해서 눈물도 날 것 같았다.

돌아오는 길, 기운이 빠져 바닥에 누워있는데, 다시 선두가 왁자지껄해졌다. 다시 뛰어가보니, 흰부리돌고래 White-Beaked Dolpin 두 마리가 배를 앞서가고 있었다.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배를 앞서서 길을 열어주는 돌고래. 일행이 영상으로 담았다.

돌고래들과도 작별하고 부두로 돌아왔다. 어쨌든 성공적인 투어였다. 고래를 보고, 돌고래와 항해했다.

숙소로 돌아가기 전, 후사비크 시내를 돌아봤다.

1907년 세워진 아름다운 목조 교회 후사비쿠르키르캬 Húsavíkurkirkja.

다시 만난 레인보우 스트릿 Rainbow Street.

빛으로 가득한 거리를 걸어 숙소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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