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슬란드에서의 마지막 아침이 밝았다.
일행 중 둘은 포르투갈로 떠났다. 남은 셋이서 뭘 할까 고민하다가, 미드보르그 Miðborg를 어슬렁거리기로 했다. 할그림스키르캬 Hallgrimskirkja와 하르파 Harpa를 포함하는, 레이캬비크 Reykjavík의 중심부다.

숙소 바로 인근의 할그림스키르캬 외에는 목적지를 정하지 않았다. 적당히 돌아다니다가 뭔가 보고 싶으면 보면 되겠지.

첫 날은 워낙 흐려서 칙칙한 곳이라는 인상이었는데, 맑은 날의 레이캬비크는 아름다웠다.
최근 이사를 하면서 나름 북유럽 테마로 집을 꾸몄는데, 이곳을 돌아다니다보니, 아 그게 북유럽식이 아니구나 알게 됐다. 건축이나 인테리어 하는 사람이라면 여기 와봐야한다.

보수 중인 할그림스키르캬. 이렇게 볼 때는 딱히 큰 것 같지 않았다.

정면에서 보니, 꽤나 압도적인 건축물이었다. 할그림스키르캬는 1945년 착공해 40년에 걸쳐 지어진 루터교 교회다. 외관은 스바르티포스 Svartifoss의 주상절리에서 영감을 얻었다. 아이슬란드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이라는데, 헤에 입을 벌리고 자꾸 뒤로 물러나며 위를 쳐다봤다. 첨탑 뒤로 구름이 흐르는데, 마치 교회가 흐르는 것 처럼 보였다.

내부는 소박하고 정갈했다. 하긴, 아이슬란드와 화려함은 어울리지 않겠다. 목사로 추정되는 분이 파이프올갠을 연주하다가 끝내지도 않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하나님의 종은 역시 바쁜건가. 세상이 이 모양이니.

빙하조각을 형상화한 장식물인데, 실제 커다란 얼음처럼 보여서 또 헤에 들여다봤다.

커다란 예수상. 어딘지 바이킹이 떠오르는 모습이다.

교회 앞을 지키고 있는 레이프 에릭손 Leif Erikson의 동상이다. 콜롬부스보다 500년 앞서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사람이란다. 그러니까, 북극해를 가로질러 아메리카 대륙을 갔다는 거군? 동상을 세울만 하겠다.

교회를 나와 바다로 이어지는 길을 걸어내려갔다.


흥미로운 고양이 벽화를 따라가니, 사진가의 샵이었다. 직접 작업한 사진들과 책을 팔고 있었다. 이렇게 먹고 살 수 있다니, 부러운 마음에 사진 한 장 살까 했는데, 한국까지 잘 가져올 자신이 없어 포기했다. 높은 확률로 구겨지거나 찢어질테니.






그냥 참, 예쁜 도시다.


일행이 전날 제보한 기념품 가게에 고양이를 보러 갔다. 잘 돌봐주시는구나, 털이 보송보송한게 무척 귀여웠다.

나만의 비니 만들기를 할 수 있는 샵인데, 와, 진짜 예쁘고 진짜 비쌌다. 기본형이 15만원 쯤 하고, 몇 가지 장식을 고르면 30만원을 훌쩍 넘었다. 부담스런 가격이라 들었다놨다 하다가 왔는데, 하나쯤 살 걸 그랬다. 진짜 예쁘고 따뜻했었다.

다시 길을 따라 걷다 만난 녀석. 레이캬비크를 제외한 다른 곳에서는 고양이를 (아니, 동물을) 거의 보지 못했는데, 레이캬비크에는 꽤 많았다. 하나같이 잘 보살핌을 받는지 털이 깔끔하고 사람을 피하지 않았다.

이름도 근사하고 리뷰도 많길래 찾아간 카페는 온통 중국인 관광객들이었다. 괴레메 Göreme에서 찾아갔던 카페가 오버랩됐다. 리뷰가 많고 평점이 좋아 찾아갔는데, 온통 중국인 관광객으로 가득찬 카페의 커피 맛이 꽤 실망스러웠었다. 커피향과 바리스타들의 얼굴을 봐서는 잘하는 집일 것 같았지만, 모험하기 싫어 돌아나왔다. 고작 하루 머무는데, 커피 한잔 대충 마시고 싶지 않았다.

다시 구글링을 해보니, 아까 지나쳤던 카페가 나왔다. 너무 예쁘기만 한 것 아닐까 싶어서 가지 않았는데, 리뷰가 꽤 좋았다.

가게는 거의 동네 사랑방이었다. 현지인들과 외국인들이 적당히 섞여서 밥과 커피를 즐기는데, 음악은 로커빌리, 사방에 전세계에서 왔을 법한 온갖 장식들이 있고, 천장에는 전세계인들이 기부(?)한 지폐가 줄에 매달려있었다. 큼지막한 잔에 내주는 라떼는 몸을 따뜻하게 데워줬다. 즉, 멋진 곳이었다. 레이캬비크에 간다면 꼭 들러야 할 곳.









커피를 마시면서 아이슬란드 국립박물관 Þjóðminjasafnið을 보러 가기로 했다. 공연을 볼 시간은 안될 것 같았고, 오후에 갈 어트랙션을 제외하니 박물관들이 남았다. 국립박물관이니 공부라도 좀 해볼까 싶었다.

중심 도로를 벗어나자마자 만난 고래꼬리.

바였다면 정말 근사했을 것이다.

창가의 말들.

지붕 위의 새.

이런 정원에서 살아가는 건 어떤 걸까, 수 많은 정원들을 보며 궁금해졌다. 적어도 콘크리트 성냥갑보다는 낫겠지.


미술관인가, 찾아보니 그냥 동네 공원.

역시 그냥 동네 호수.

동네 가금류.

멀리 보이던 할그림스키르캬.


본격적인 두 개의 정원을 지나쳐 국립박물관으로 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