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을 좋아하다보니, 이전부터 가보려던 곳이다. 제주올래 서명숙 이사장의 부고를 듣고, 다시 좀 걸어야겠다싶던 참이었다. 우연히 시간이 허락된 어느 날 들렀다.

출발은 순담매표소다. 참고로, 한탄강 주상절리길은 순담매표소와 드르니매표소를 연결하는 3.6km의 길이다. 어느 쪽에서 출발해도 무방하다. 입장료는 1만원을 받는데, 철원사랑상품권 5천원권을 돌려준다.

순담매표소 측에서 출발하면 가장 먼저 순담계곡이 눈에 들어온다. 기대보다 깊고 평온한 풍경인데, 물이 마른 탓도 있겠다. 오른쪽으로는 래프팅업체들과 닭백숙을 팔 것 같은 식당들이 즐비하다.

길의 대부분이 철제 잔도인데,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힘들 것이다.

(당연히) 만드느라 고생 좀 했겠다. 저 한 점으로 버티는 것이 신기하다.

오르막은 거의 없고, 중간 중간 계단이 있다. 숨을 허덕일 정도의 높이는 아닌데, 이곳을 찾는 다수의 관광객이 시니어인 점은 좀 이상하게 느껴진다. 다리가 불편하거나 지팡이를 짚는다면 권할 만한 길은 아니다.

사람의 걸음은 사실 빠르다. 잠깐 걸은 것 뿐인데 순담계곡이 아득하다.

가뭄으로 수량이 적은게 아쉽다. 물이 넘쳐흐르면 장관이었겠다.

길게 걸린 출렁다리다.

3.6km라는 짧은 길이에 비해 다양한 풍경이 나타난다. 어느새 낮은 협곡과 바위의 풍경으로 바뀌더니, 래프팅 중 올라가서 뛰어내리라고 할 법한 곳도 보였다.

개인적으로 연천의 풍광을 좋아하는데, 이웃한 철원은 좀 다르게 느껴진다. 상대적으로 높고 깊고 위협적이랄까.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며 수십 번, 수백 번 만났던 ‘산 위에서 떨어지는 폭포’인데, 대략 1/10 스케일 정도 되려나.

아이슬란드 멤버들에게 보여주니, 깜찍하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사실 개울물이다, 이 정도면.

어느새 여름이다.

출발한 지 한시간도 되지 않아, 길의 끝에 도착했다. 이리로 올라가면 드르니매표소다.

드르니교를 건너보고 싶었지만, 차를 순담매표소에 세워놨다. 주말이라면 무료 셔틀이 다닌다는데, 평일에는 택시를 타야한다. 결정적으로 3.6km는 너무 짧으니 왕복은 해야했다.

오후의 그림자가 늘어지기 시작한다.

다시 생각해보니 드르니교를 건너갔다 왔어도 됐다. 왜 생각을 못했을까.

왔던 길을 되짚어가는 건 아무래도 가깝게 느껴져야 하는데, 정작 허기가 지고 목이 말라 걷기가 힘들다. 오랜만에 걷다 보니, 아무 생각없이 빈손으로 왔다. 물이고 간식이고 생각을 못했다.

큰일이다. 갈 길이 멀다.

기진맥진해서 출구에 도착했다. 왕복 7.2km인데 생각보다 힘에 부쳤다. 너무 오래 안걸었구나, 올래에 돌아가려면 좀 더 걸어야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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