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피곤했는지 혹은 여전히 시차적응이 안된건지 또 늦잠을 잤다. 타려던 요이치 余市행 열차는 이미 가버렸고, 일정을 이리저리 조정할 수 밖에 없었다. 우나기동 鰻丼 아침도 건너뛰고 이른 점심으로 초밥을 먹으러 갔다.

미요후쿠 すし処 みよ福로 향했다. 마사즈시 政寿司, 우오마사 魚真와 같은 쟁쟁한 초밥집들 사이에서 수십년 명맥을 유지한 곳이다. 투박해보이는 초밥을 내주지만, 글쎄, 실력으로는 같은 레벨이라고 느껴진다.

술을 마시러 와볼까, 생각했는데 7시면 닫는단다. 분위기는 딱 취해야 할 곳인데.

하루를 늦게 시작했지만 아무래도 요이치는 가야한다싶어 오후 표를 끊고, 인근 삼각시장 구경을 갔다. 오타루를 몇 번이나 드나들었지만 삼각시장은 처음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이 훨씬 많고, 아주 번잡하고, 꽤나 활력이 넘치는 공간이었다. 아무래도 아침을 먹으러 한번 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 4시에 여는 가게도 있다.)

시간이 조금 더 있어 디저트를 먹으러 갔다. 역 앞 마리 로랑생 マリーローランサン은 프랜차이즈 커피집처럼 생겼지만, 예쁜 케익과 커피를 내주는 노포다.

가게의 하일라이트는 주문서다. 가게 로고 모양의 스탬프를 찍은 빈 종이에 손으로 쓱쓱 갈겨서 주문서를 쓴다.

맑은 하늘에 비친 전구를 보며 기차를 타러 갔다.

삼십여 분을 달려 요이치역에 도착했다. 홋카이도에 오면 꼭 들러야 하는 닛카위스키의 증류소 ニッカウヰスキー 余市蒸溜所의 도시다.

6년 만에 찾은 증류소도 완전예약제로 바뀌었다. 입구의 직원이 예약을 하지 않으면 증류소는 견학을 못하지만, 시음소와 매장은 주차장 쪽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알려주셨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요이치의 마을길을 걸어 주차장으로 향했다.

증류소를 이쪽 방향에서 본 건 처음이었다. 뭐랄까, 숲속에라도 있는 것처럼 보여 낯설었다.

예전에는 단체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드나들었었는데, 이제는 아예 받지 않는다고 안내되어있다. 아무래도 단체손님으로 뭔가 문제가 있었나보다. 물론 한가한 것은 좋은 일이다.

무료 시음소가 있던 2층도 레스토랑으로 바뀌었다. 사전예약으로만 입장이 가능하고. 어, 이러면 안되는데.

유료시음소는 그대로 있는데, 빈티지 매뉴가 많이 줄었다. 코로나 시즌을 겪으며 여러가지 변화가 있었던 걸까. 3종의 싱글몰트를 주문하고 잠시 머물렀다.

박물관으로 꾸며진 공간의 가장자리에서 오리지널 수퍼닛카를 만났다. 이거 꽤나 이쁜 병이었구나.

필요한 보틀을 적당히 구하고 오타루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나저나 마을길이 꽤 이뻤다.

흐드러진 늦여름의 꽃.

늘어지던 늦여름의 그림자.

늦여름의 차창.

오타루에 도착했을 때, 어느새 어스름이 깔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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